across the universe 

비와코에서의 이틀 밤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드디어 체크아웃을 하고 교토로 이동해야 하는 날이었다. 이날부터 친구는 나고야로 이동해서 18일까지 2박을 하는 일정이었는데, 나도 처음에는 나고야에도 둘러볼 만한 곳이 있으면 그 일정에 합류할까 했지만, 특별히 관광지도 아닌 데다, 볼거리라는 것이 교토에다 비교하면 더더욱 초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냥 혼자 교토에서 3박을 한 뒤, 19일에 도쿄로 가서 다시 친구와 재회하기로 결정했던 터였다. 그 과정에서도 또 친구와 똑같이 2박을 하고 도쿄로 갈까,라는 생각을 해 봤지만, 교토 2박이 --심지어 비와코에서 이동해서 반나절 정도가 빠지는 첫 날부터가 1박인지라-- 너무 짧을 것 같은 데다, 18일은 나름 내 생일인데, 도쿄로 이동하느라 하루를 다 보내면 왠지 더 쓸쓸할 것 같아서, 최종적으로 교토에서 3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냉장고에 남은 음식과 과일을 모두 털어 먹는 것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한 우리는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결국 호텔 식당에서는 한 끼밖에 먹지 않은 셈이었다. 친구가 이메일 쓸 것이 있다고 해서, 나는 먼저 호텔 로비로 내려와 기념품 가게에서 지역 특색이 있는 문구류를 두어 가지 샀다.


비와코의 마지막 기억


물결무늬가 예쁜 호텔 카드키
참새방앗간 같았던 카타타 역 앞의 "알 플리자" 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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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에 체크아웃을 마치고, 11시 10분에 셔틀을 타고 카타타 역으로 이동한 뒤 11시 40분 전철을 타니, 딱 12시 즈음에 다시 교토 역에 도착했다. 이틀 전에 첫 점심을 함께 먹으러 가면서 사람들이 유독 많이 줄 서서 먹길래 눈여겨 봐뒀던 이세탄 백화점 식당가의 돈가스 집에서 같이 점심을 먼저 먹은 뒤, 우리는 신칸센 표를 사러 갔다.


사실 교토에서 도쿄로 가는 여정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있다고 한다면, 비싼 신칸센 표도 한 몫을 하긴 할 것이다. 도쿄-교토 구간 신칸센은 정차역 수의 차이가 있어서 소요 시간이 각각 다른 노조미, 히카리, 코다마의 세 등급이 있는데, 이 중 가장 빠르고 자주 다니는 노조미는 2시간 20분, 히카리는 2시간 40분, 그리고 코다마는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금액은 지정석과 비지정석, 그리고 특실과 일반실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 같긴 하던데, 노조미는 14,000엔이 조금 넘었고, 히카리와 코다마는 분명 한 시간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도 희한하게도 가격이 똑같은데, 그마저 14,000엔에서 겨우 몇 백엔 정도 빠지는 금액이라, 소요 시간에 비해 금액 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니 다들 당연히 노조미를 탄다는 분위기였고, 나 역시도 그 정도 금액 차이라면 역시 노조미를 타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리저리 검색을 해 보다 보니, 오사카나 교토에서 도쿄까지 가는 신칸센 중에 몇 만 원 정도 싸게 사서 10,300엔에 구입할 수 있는 코다마 티켓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되었다. "프랏토 코다마(Platt Kodama)"라는 이름이 붙은 티켓인데, 일반 코다마와는 달리, 일종의 할인 예매 티켓으로, 당일 구매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신칸센은 비지정석의 경우, 자기가 구매한 종류의 기차라면 정해진 시간도 없이 들어오는 기차를 아무 거나 타도 된다는데, 이 티켓의 경우는 지정된 시간과 좌석에만 타야 하고 일단 구매한 뒤엔 변경도 안 된다. (환불은 어느 정도 수수료를 떼고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3000엔 정도 할인해 주는 만큼,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많다면 많지만, 나는 3시간 반 정도의 이동 시간이 기차로 가는 걸로는 그리 지루할 것 같지 않아 이 할인 티켓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변수가 생길 경우 기차를 못 타기라도 한다면 분명 몇 만 원 아끼려다 십만 원 이상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긴 했지만, 그 정도의 변수가 생긴다면 어차피 불가항력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이 표를 사기로 했다. 친구는 이런 할인 티켓의 미처 존재를 몰랐다가, 나에게 듣고 나서 역시나 18일에 나고야에서 도쿄까지 가는 표를 사기로 결정한다.
이 표는 일반 신칸센 발권 창구에서는 살 수 없고, JR Tokai Tours 라는 여행사에서 전화 예매 또는 현장 구매가 가능한데, 다행히 교토역 신칸센 개찰구 옆에 이 사무실이 있다는 것을 파악해 둬서 바로 찾아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친절한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인적 사항 등을 기재하고 표를 사는데, 친구가 가는 18일 표는 후지산 전망 측 좌석이 없었지만, 내가 가는 19일에는 후지산 전망 좌석이 있다며 그 좌석을 지정해 주셨다. 몇 천 엔 정도 아꼈으니, 뭐 맛있는 거라도 좀 더 먹든가, 선물이라도 몇 개 더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티켓 예매를 마친 뒤, 친구는 바로 나고야 행 기차를 타러 갔고, 나는 예약한 선루트 호텔까지 버스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교토역 버스 정류장은 사실상 서울역 버스 환승센터와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교토 시내를 다니는 대다수 버스가 이곳을 거쳐가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버스가 여러 군데 승강장에 나눠서 들어오고 나간다. 그리고 마치 비행기의 탑승 게이트를 확인하는 것처럼, 자신이 타려는 버스의 승강장 번호를 전광판에서 확인하고 갈 수가 있다. 여기서 한자로만 적힌 나의 행선지 이름을 제대로 읽는 법을 몰랐던 데다, 구글맵이 승강장 위치를 애매하게 알려준 것에 혼선이 일어나, 버스 승강장 번호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여기서 30분 정도는 허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일단 버스에 타서 내리고 보니, 미리 친구 추천을 받고 결정을 한 곳이기도 했지만, 버스 정류장 거의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호텔은 과연 여러 모로 편리했다. 다음에도 교토를 온다면, 이 호텔은 숙소 후보 1순위다. 그런데 이 호텔 바로 옆에 새로운 호텔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똑같은 교통의 편의성에다 새로 지은 건물의 깨끗함까지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만약 그 호텔이 완공되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면 거길 한 번 가볼까 싶긴 했다.
호텔에 도착하고 보니 체크인 시간인 3시까지 15분 정도밖에 남지 않아서, 굳이 짐만 맡겨놓고 나가는 대신 체크인을 마치고, 교토 관광에 나서기로 했다. 교토의 버스비는 한 번 타는 데 200엔 정도인데, 대신 지정된 시내 구간에서는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1일권이 있어서 매번 1일권을 이용했다. 마지막으로 갔던 2014년까지는 500엔이었던 1일권이 올해 가 보니 600엔으로 올라있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렴한 편이었고 이를 능가할 만큼 편리한 교통수단도 없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도 교토역에서 승차할 때 1일권을 샀다.


버스 1일권


버스 1일권 - 2008년(왼쪽)과 2018년 버전



객실에 짐을 풀고 보니 무료 와이파이 외에, 신기하게도 투숙 기간 동안 무료 사용이 가능한 "핸디(handy)"라는 휴대폰이 방에 놓여 있었다. 나중에 요금 청구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ㅋㅋㅋ)이 들어, 들고 내려가 추가요금은 없다는 사실을 안내 데스크에서 재차 확인을 한 뒤 그 휴대폰까지 챙겨 들고, 우선 교토에 오면 가장 가보고 싶었던 은각사로 가는 버스를 3시 반이 좀 안 돼서 탔다. 버스에서 내린 뒤에는 10분 정도 걸어야 하긴 했지만, 호텔 바로 앞에서 은각사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까지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으로 좋은 호텔이 아닐 수가 없다.
4시 반까지 마지막 입장이 가능한 은각사에 4시 10분에 들어섰다. 생각보다는 관광객이 좀 많긴 했지만, 그래도 은각사는 내가 처음 갔을 때 느꼈던 감흥 그대로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이 어려 있었다. 은각사를 한 번만 휘리릭 훑어 보고 나가기가 아쉬웠던 나는, 화살표를 따라 정원을 지나 작은 언덕 같은 곳에 올라 은각사와 교토 시내를 내려다 보고 마지막에 다시 은각을 보며 나가는 경로를 나는 한 번 더 반복해서 보고, 기념품샵에 들를 요량으로 4시 50분쯤 나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은각사 문은 5시에 닫지만, 은각사 기념품점은 4시 반까지 매장에 들어온 손님들까지만 쇼핑을 할 수 있어 결국 원하던 구경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모든 관광지와 박물관 등은 기념품샵이 하이라이트이건만!)




은각사를 나선 나는 철학자의 길을 따라 30여 분 정도 걸었는데, 벚꽃이 한창인 때는 지났지만, 아직 조금은 남아 있어 아름답고 아련한 풍경을 조금이나마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교토의 두 번째 행선지로 마음 속에 정해 두었던 카페 코센(Kafe Kosen)에 가기로 한다. 이곳은 서울에서 카페를 하고 있는 나의 단골 카페 주인장이자 친구가 강배전 커피를 배웠던 선생님이 하시는 카페라고 해서 4년 전에 교토에 왔을 때 한 번 가봤던 곳이었는데, 커피가 너무나 맛있어서 꼭 다시 한 번 와 보고 싶은 곳이었다. 도착한 시간은 6시 15분이었고, 저녁 식사는 다른 데 가서 먹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왠지 좀 출출하긴 해서, 커피 한 잔에다 "커피와 함께 하는 한 접시"라는 메뉴를 주문해 보았다. 강배전으로 볶았다는 커피의 진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한껏 음미하고 행복하게 나섰다. (커피의 신 맛을 썩 좋아하지 않는 1인.)


그러고는 여행 전에 관심있게 보면서 교토 여행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SNS에서 알아두었던 교토의 동네 선술집에 갔다. 그러나 카페 행까지는 완벽했던 첫 날의 교토 여행이 여기서 살짝 어그러졌다. 물론 선술집 자체의 분위기 같은 게 나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다만, 그다지 많이 걸은 것도 아닌데도 일단 다리가 다소 피로한 상태였는데 좌석이 없는 선술집을 선택한 것이 첫 번째 실수.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이라곤 하나도 없이 손으로 적은 종이 메뉴가 가게 곳곳에 붙어 있는 그런 집이어서, 메뉴가 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ㅎㅎㅎㅎㅎ 그렇다고 굉장히 자신있고 과감하게 점원에게 말을 걸어 메뉴 추천을 받는 성격도 못 되는 터라, 그냥 먹어 보고 싶었던 달걀말이와, 꼬치 구이 정도만 대강 먹고, 서둘러 나왔다. 심지어 요리사가 바로 보이는 카운터에 자리를 안내해 주었는데, 다들 동네 주민 같이 익숙한 분위기에, 혼자 관광객 모두 풀가동으로 사진 찍는 것도 민망하게 여겨져, 이 집에서는 사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게다가 메뉴 선택마저 에러였던지, 선택한 음식 모두 기대에는 못 미치는 맛이었다. 그리고는 걸어거다 보인 편의점에서 괜히 폭.풍.쇼.핑. ㅋㅋㅋㅋㅋㅋ 맥주와 센베이를 이것저것 사들고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씻은 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영국 드라마 동영상 파일을 보면서 마음 편히 한 잔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런 것이 짤방??? ㅎㅎ

*일본의 이상한 화장실 한국어*

"화장실을 흘리는"이라니 ㅋㅋㅋㅋ (구글, 네 소행이냐- ㅎㅎㅎㅎ)
쓰레기 버리고 뭘 금지???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