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여행 기간 중 내가 도쿄에서 하루를 제대로 온전히 쓸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고, 그렇게 하루를 제대로 들여서 하고 싶은 것이 딱 정해져 있는 날이기도 했다. 그건 바로 "아라카와 선" 타고 "하루 도쿄 산책"하기. 아라카와 선이란 도쿄 시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 량 짜리 노면 전차 노선이다. 이 전차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작년에 친구의 텀블벅 후원을 위해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눈에 띈 <하루 도쿄 산책>이라는 책을 사게 되면서다. 이 책은 "아라카와선 타고 5000엔으로 즐기는"이라는 수식구가 제목에까지 붙어 있는, 그야말로 아라카와선으로 할 수 있는 도쿄 여행 코스를 소개하는 여행기다.
아라카와선은 미노와바시 역에서 와세다 역까지 30개 정류장을 1시간 남짓 걸려 운행하는 전차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자동차가 많아진 도시에서 노면 전차가 운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대부분 사라지던 와중에, 이 노선만은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폐지 반대 요청으로 살아 남을 수 있었고, 지금은 정식 명칭이 "사쿠라 트램"이라고 바뀌어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타 보니 실질적인 교통 수단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그걸 타고 있는 관광객은 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느껴질 정도로. 내가 본 그 책은 12개 정류장을 추려서 그 중심으로 이 전차에서 중간중간에 내려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해 주고 있는데, 본인이 가족과 함께 직접 해 본 경험을 토대로 찬찬히 써 내려갔다. 그 책을 읽고, 그 전엔 존재조차 몰랐던 전차였지만 언젠가 나도 거기서 소개하는 여행을 꼭 한 번 하고 싶어졌다.
처음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도쿄에서 내가 묵으려던 에어비앤비 예약이 어차피 2박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고, 그래서 다른 숙소를 찾으면서, 나는 그 전차가 다니는 노선 근처로 숙소를 잡고 싶었었다. 하지만 딱히 관광지라고 할 수 없는 곳이라 그랬는지, 내가 도쿄 지리가 익숙치 않아서 그랬는지, 이 노선 상에 있는 지명을 넣어서 인터넷에서 숙소를 검색해 봐도 통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진짜 유레카,를 외쳐야 할 것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무래도 교토와는 달리 도쿄이다 보니 에어비앤비와 이후에 갈 가마쿠라 호텔 비용이 생각보다 좀 많이 나온 상황이라 좀 싼 곳을 찾아 보자고 마음을 먹고, 처음에는 제외했던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몇 군데가 나오던 와중에, 카구라자카라는 지역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하나가 문 연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깨끗하기도 하고 괜찮아 보였다. 무엇보다 숙소에 묵은 사람에게 체크아웃 한 이후에 당일 짐 보관을 해주는 것은 물론, 하루에 400엔을 지불하면 다음날까지도 맡아준다는 것이었다. (전철역 코인락커도 싼 게 500엔이고 700엔-1000엔까지도 하는 상황이었다.) 이 다음 날, 오전에는 친구를 만나 브런치를 먹고, 오후에는 가마쿠라에 가는 계획을 잡아 놓고는, 짐을 끌고 전철을 오르내릴 생각에 아득했던 나는 이보다 더 반가운 일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심지어 이 게스트하우스가 아라카와선을 탈 수 있는 와세다 역에서 도보로 20-2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것이었다!
유럽형 게스트하우스의 2층 침대와는 달리, 나무 상자 같은 공간에 각자의 공간에 커튼까지 칠 수 있어서, 독립성은 어느 정도 유지되는 형태였다. 사진에서 본 느낌도 그랬고, 실제 묵어본 사람들의 후기도, 2층 침대로 된 도미토리의 본인 침대 공간이 그다지 답답하거나 불편하지 않다고 하고 있어서, 한번 용기(?)를 내 봤다. (하지만 폐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절대 안 될 듯.) 나이 마흔 돼서 이런 데서 자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는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찌 보면 이번이 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내가 예약할 당시에는 빈 객실도 없었고, 일반 호텔만큼의 금액대이긴 했지만, 이 게스트하우스에는 일반적인 트윈룸이나 패밀리룸 형태의 객실도 있기는 하다.
이 날도 여지없이 아침 7시 반에 눈을 뜬 나는 8시에 아침을 먹고 씻고, 준비를 해서 9시 반에 열쇠를 원래 꺼냈던 곳에 넣어 놓고 에어비앤비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이 에어비앤비 근처에 블로그 검색으로 찾아놓았던 맛있는 카레집도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 동네에서는 수제버거 하나 먹은 게 다여서 그건 좀 아쉬웠다. 다음 여행에 한 번 들러보기로.
11시에 도착한 나는 짐을 맡기고, 짐을 끌고 뜨거워진 볕에 20분쯤 걸어오다 보니 힘도 들어서 일단 시원한 커피 한 잔을 게스트하우스 1층 카페에서 마셨다. 커피를 마시고, 와세다 역으로 슬슬 걸어가던 중 딱 12시에 와세다 대학 시계탑 앞을 지나가서 마침 타종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의 대학들은 4월이 첫 학기 개강이니 아직 개강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대학 교정에서는, 책상을 갖다 놓고 신입부원을 유치하기 위해 전단을 돌리기도 하고 소개도 하고 있는 동아리 부원들의 모습도 보였고, 외국인 학생들의 모습도, 왠지 명문대학에 입학한 자부심이 한껏 느껴지는 새내기들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런 모습조차 내가 가 본 미국이나 한국 대학들에 비하면 참 조용하긴 했다. ㅎㅎ
와세다 대학을 통과해서 아라카와선 와세다역에 다다랐다. 승강장으로 올라 가니 출발하려는 기차 한 대가 막 들어와서 서 있었다. 1회권은 어른 170엔이라는데, 대신 1일권은 400엔으로 무제한으로 승하차를 할 수 있어 1일권을 끊기로 했다. 타면서 차장님께 1일권을 달라고 하니 현금을 받고 발권해 주신다. 내가 본 여행기는 와세대역이 아닌 미노와바시역에서 출발해서 이동하는 경로를 권하고 있었다. 미노와바시역 근처는 전통시장이 있는 곳이라, 좀 일찍 닫는 편인 반면, 와세대역 근처는 대학가라 저녁 늦게까지 학생들이 식사를 하는 식당들도 있어서, 그런 거 같다. 어쨌든 종점에서 종점까지가 1시간 남짓이라니 그냥 죽 타고 미노와바시역까지 가든지, 아니면 이미 12시가 넘어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됐으니 가다가 점심 먹기 적당한 식당이 있는 정류장에 중간에 내려서 점심을 먹은 뒤, 미노와바시역까지 가서 되돌아오든지, 가면서 내키는 대로 해 보기로 했다.
찾아 보니 타키노가와 잇초메 역 근처에 전차가 지나가는 걸 바로 볼 수 있는 위치인 데다, 세트 메뉴가 괜찮은 "키라라"라는 카페가 있는데, 내가 딱 12시 반쯤 그 역에 내릴 시간이어서 점심 먹기에 딱 적당할 듯 해서 일단 거기서 한번 내렸다. 하지만 책에서 거듭 사장님이 목재 공방을 겸하고 있는데, 목공 솜씨가 워낙 좋으셔서 행사 일정이 있으면 여는 시간이라고 적혀 있는 날이어도 닫혀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면서 헛걸음 하더라도 실망하진 말라고 적고 있었는데, 딱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ㅎ 그냥 근처 사진 몇 장을 찍는 걸로 아쉬움을 달래고 다시 열차에 올랐다.
다음 목적지는 아라카와 유엔치 마에 (아라카와 유원지 앞) 역이었다. 그 근처에 정말 맛있는 몬쟈를 하는 '치에리'라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점심 먹을 곳으로 다시 정했다. 역에서 내려 보니 다행히 문을 열어서 신나게 들어갔고, 서빙하는 분이 인원수를 묻고는 자리로 안내해 주길래 앉았다. 그러나 주인인 듯한 분이 나오더니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혹시 2인분 시켜서 먹고 가면 안 되냐고 다시 물었더니, 그렇게는 안 된다면서, 친구랑 다음에 같이 오시라고 말했다. 나오면서 생각하니, '제가 한국에서 왔는데요,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좀 안 될까요?'라고 말이라도 한 번 해 볼 걸 그랬나 하는 괜한 후회를 해 봤다. (말할 주변머리가 안 될 게 뻔한데- ㅎ) 몬쟈라는 게 오코노미야키랑 비슷하지만 물이 더 많다고 하는데, 뭐 못 먹어 봣으니 알 수가 없다.
그냥 이대로 다시 열차를 타고 미노와바시역으로 곧장 갈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일단 아라카와 유원지 앞까지 온 거니 들렀다 가자고 생각을 바꿨다. 그리고 식사까지는 안 되지만, 가는 길에 "타코센"이라고 타코야키를 센베이 사이에 끼워주는 100엔짜리 간단한 요기거리를 판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그걸로 일단 급한 허기만 달래고, 제대로 점심 먹을 곳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작은 골목에 있는 타코야키 가게에서 타코센을 사서 먹으면서 갔다. 책이 나오고 1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 20엔이 올라서 120엔이더라. 교토의 버스 1일권 가격도 100엔이 오른 것도 그렇고, 요 근래에 물가가 조금씩 오른 모양이다. (이날 저녁 메뉴도 책에서는 450엔이라고 돼 있었는데, 내가 먹었을 때는 500엔이었던 거 같다.)
정말 간단히 요기를 하고, 유원지에 도착했다. 들어가서 놀이기구를 타려면 그 비용은 별도지만, 일단 유원지 입장은 아라카와선 1일권이 있으면 무료라, 표를 보여주고 들어갔다. 토요일이라 아이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놀이기구의 종류나 유원지의 규모가 딱 너댓 살짜리 아이들이 오면 딱 적당히 재밌게 놀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었다. 나도 조카가 좀 더 큰다면 데리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책에서 사진으로 봤던 알록달록한 관람차가 맑은 하늘에 정말 장난감처럼 예뻐 보였다. 탑승권을 사서 탈까, 탈까,라는 생각으로 몇 번을 망설였다. 하지만 역시 미취학 아동들을 데리고 와서 어른들은 동승자로나 타는 게 당연한 그 분위기에서 혼자 그걸 타는 건 도저히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좋은 날씨에 예쁜 사진들 몇 장을 찍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서 나왔다. 조카 데리고 꼭 다시 오고 싶었다. ㅠ. ㅠ (내가 타고 싶어서 조카를 동승자로 태우는 격이겠지? ㅎㅎㅎㅎ)
유원지를 나와 전차에 다시 올라 1시 50분 쯤 미노와바시 역에 도착해 '조이풀 미노와'라는 재래시장 골목으로 갔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충전을 해 왔던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됐는데, 가져 온 보조배터리에 아무리 꽂아 봐도 충전이 되질 않는 것이었다. 배터리가 5퍼센트에서 전혀 올라가지도 않는 상태에서, 혹시나 필요한 상황이 있을까 싶어서 이 때부터는 사진을 거의 찍지 못 했다.
맛있어 보이는 튀김이나 고로케를 파는 곳도 있었는데, 이 날은 사실 너무 더워서 먹을 엄두가 안 났다. 책에서 1584년에 시작해서 14대째 하고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 소바 전문점 '스나바'로 갔다. (지금 있는 건물은 1954년에 지어진 것이라고.) 사실 바로 전날 저녁에 친구랑 소바를 먹은 터라, 다른 메뉴를 점심으로 먹으려고 그렇게나 다른 식당들에 들렀던 것인데 운명이었는지,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결국엔 소바 가게에 가게 됐다. 650엔의 기본 소바도 담백하고 좋다고 해서, 그걸 시켜서 먹었는데, 다음에 가서 다른 것도 먹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시간이 이미 지나 버린 2시여서 손님이 정말 나 혼자였는데, 남자 사장님과 서빙 하시던 여자 사장님, 그리고 주방에 다른 보조 분도 계신 듯해서, 조용한 와중에 나에게만 집중하는 분위기라 사진 찍을 엄두를 못 냈다.
스나바를 나와서는 같은 시장 안에 있는 '파파노에루' (산타클로스의 불어 표현인 '파파 노엘'을 일본어 발음으로 표기한 것.)라는 커피숍으로.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사장님이 커피 볶는 기계와 원두를 어깨에 메고 배달을 다녔었는데, 원두 자루를 어깨에 멘 모습이 산타클로스를 닮았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서라고 한다. 테이블은 아예 없고,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바 좌석 몇 개 정도만 있는 아주 작은 가게였다.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이름이 정확히 기억 나진 않는데, 아라카와선과 관련된 이름이 붙은 블렌드 커피가 있길래 그걸 한 잔 시켰다. 교토의 카페 코센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간 도쿄에서 먹었던 커피 중에서는 내 입맛에 가장 잘 맞고 맛있었다. 이 커피숍에서는 디자인이 독특한 '아라카와선 1일권'을 판매한다는데, 그 날은 이미 사서 타고왔으니 사지는 않았다. 다음에 다시 아라카와선을 타러 오게 된다면, 여기서 꼭 1일권을 사고 싶었다. (스나바에서와 거의 같은 이유로 사진은 없음.)
시장 반대편 입구로 나오면 있는 아라카와 잇추마에 역에서 다시 전차를 타고, 작은 자연공원을 둘러볼 수 있다는 아라카와니초메 역까지 갔다. 공원이 나쁘진 않았지만, 이 날 날씨가 좀 더운 탓에 그리 오래 있진 못했다. 공원을 둘러보고 나면 같은 역으로 되돌아 가는 대신, 공원 옆에 있는 거대한 정화시설 위로 나 있는 다리를 지나서 아라카와 나나초메 역으로 가라고 했던 책의 설명을 따라 그렇게 이동했다. 그리고 이 시점이 되어서는 휴대폰이 거의 꺼져 버린 상태라, 완전히 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책마저 안 들고 나왔더라면 어쩔 뻔했던가 싶을 뿐이었다. 다행히 각 역 근처별로 지도도 제법 잘 나와 있어서 아주 유용했다.
다음으로는, 도쿄 타워나 스카이트리처럼 거창한 전망은 아니지만, 17층 건물에서 '소박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무료로 도쿄 시내 전망을 즐길 수 있는 후쿠토피아 건물로 가기 위해 오지에키마에로 갔다. 이 건물 아래로 바로 기차역이 있어 기차들이 다니는 게 잘 보여서, 기차 매니아들은 일부러 사진 찍기 위해 오기도 한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와, 예닐곱 분 정도의 노인분들이 함께 전망을 구경하고 있었다. 난 여행을 가도 높은 곳에서 도시의 전망을 보러 돈 주고는 잘 안 가는 편이라, 상당히 오랜만에 도시 전망을 그렇게 구경했던 것 같다. 그래서 좀 신선하기도 했다. 야경도 좋다던데, 내가 갔을 때는 해가 질 시간대는 아니었고, 이날 야경을 보러 여기에 다시 오기엔 아무래도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역시나 다음에 온다면 해 볼 것으로 남겨 둬 본다.
4시 반에 다시 전차에 올라, 시장 구경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할 요량으로 고신즈카에 갔다. 할머니들의 하라주쿠,라고 책에 적어놓았던데, 신주쿠나 시부야와는 확실히 다르고, 낮에 갔던 재래시장과도 조금은 다른, 적당히 관광지이기도 하면서 적당히 동네 사람들이 오는 듯한 시장 골목을 구경했다. 하지만 이곳에 간 진짜 목표는 바로 '파이토 교자'. 일본식 교자를 정말 먹고 싶었지만, 서울에서도 좋아하던 교자집이 없어지고 나서는 잘 못 먹었고, 일본에 와서도 제대로 된 교자를 먹어본 일이 없었다. 2-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인데, 5시 5분쯤 도착한 이곳은 좌석이 제법 많은 넓은 곳이었는데도 테이블 자리는 이미 거의 다 차 있었다. 또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는 것인가 걱정했으나, 다행히 바 자리가 있었다. 이 집 교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길쭉한 교자 형태가 아닌, 동그란 만두 형태에 가깝다. 10개짜리 교자 하나에 생맥주를 시켜서 먹었는데, 정말 이 날 점심의 수모가 잊힐 만큼 맛있어서 금세 행복해졌다. 와세다대 근처에 학생들이 잘 가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텐동 집도 있다고 했지만, 500엔의 교자 10개로 충분히 배도 부르고 만족해서, 그것 역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교자를 먹고 나오다 보니, 마트나 편의점에서 사는 공산품 형태의 센베이가 아닌, 아마도 그 가게에서 구워서 파는 듯한 센베이를 팔고 있는 가게가 있길래 다섯 봉지 골라 담았다. 그런데 나중에 서울 돌아와서 먹어보니 이 집 센베이가 또 그렇게 맛있더라는. 다음에 또 가고 싶어지게시리. ㅋㅋ
이미 휴대폰은 없는 거나 다른 상태였지만, 다행히 와세다역에서 걸어가는 길은 기억이 나서, 기억에 의존해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돌아와 방과 침대를 배정받고 들어갔다. 그 전 날에 숙소에서 휴대폰 충전이 되었기 때문에 보조배터리 문제가 아닐까 라고 추측했는데, 돌아와 콘센트에 꽂아보니 결국은 충전 케이블 문제였다. 다음 날 만나기로 한 일본인 친구랑 아직 시간과 장소를 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멘붕이 왔지만, 무겁게 지고 온 노트북으로 그나마 이메일과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다. 공동 샤워실에서 씻고 나와서 카페 겸 안내데스크로 나가서 문의를 해보니 다행히 100엔에 케이블을 대여할 수 었다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들고 앉아 맥주도 한 잔 하면서, 친구의 연락을 기다렸다. 천만다행으로 친구와 연락이 돼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저녁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