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카랑 가장 재미있게 읽는 동화책 중 한 권인 “The Wacky Substitute.” 한국어로는 <엉뚱한 선생님>이라고 번역되어서 나와 있고, 두 권을 다 그때그때 기회가 되는 대로 읽어주는 편이다. 그런데 영문과 국문을 모두 읽다 보니 이 책의 번역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한 가지 발견했다.
주인공의 이름은 Mr. Wuerst 로, 그 이름과 관련된 언어유희가 글 속에 등장한다:
“I’m Mr. Wuerst. It’s spelled W-u-e-r-s-t and pronounced worst. I’m really the best, though.”
(나는 워스트 선생님이에요. W-u-e-r-s-t 라고 쓰는데, 발음은 (최악이라는 뜻의) 워스트랑 똑같아요. 하지만 사실 전 최고랍니다.)
그런데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선생님의 이름이 “우레스트”로 옮겨져 있고, “우산의 우, 레몬의 레, 스파게티의 스, 트럭의 트.”라는 표현을 써서 아이들에게 자기 이름을 소개하는 것이 일종의 언어유희로 등장한다.
이렇게 오역을 의심하게 할 수준으로 국문이 영문과 차이가 나는 건, 아마도 ‘워스트’라는 영어 단어의 발음으로 언어유희를 하는 것이 한국어에서는 의미도 없고, 방법도 마땅치 않아서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봐야겠지? 설마 이름을 잘못 봐서 그렇게 했다기엔... 이름과 관련된 원문의 부연설명이 너무 상세하지?
그런데 이름이야 워낙 확 눈에 띄는 차이라 놓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 외에 다른 부분에서도 한 페이지에 다 넣어서 설명하기에 장황하다 싶으면 원문의 내용을 생략한 부분이 군데군데 있었다. 이쯤 되면 번역이 아니라, 번안 느낌. 어른들이 읽는 문학이나 인문서에서는 이런 수준의 과감한 의역을 접할 일이 없어서, 좀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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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 진심 귀엽고 재밌고, 읽어주면 애들도 빵빵 터져서 5세 전후의 어린이들에게 읽어주는 거 강력 추천드림. 그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엔 글밥이 좀 많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