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가 시켜보고 싶다고 했던 나의 지정문답, 드라마 편.
완전 뒷북판!
1. 최근 생각하는 "드라마"
나를 중독의 도가니로 몰아놓는 암흑 세력! 악의 구렁텅이! (쿨럭~)
근 데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TV 자체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렇게까지 "엄한" 부모님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아버지는 TV 시청에 대해서 만큼은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계셔서, 만화는 딱 초등학생 때까지만 볼 수 있도록 하셨고,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은 중학교 때까지는 일주일에 3개(정도였지?), 고등학교 때는 일주일에 1개만 적어내서 지정된 프로그램만 시청하도록 허용하셨다. 불행히도 그에 대한 부작용이 따랐으니, 부모님이 외출만 하셨다,하면 난 어김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거다. -_-; (이건 무슨 반항의 의지 같은 게 아니다. 오히려 조건 반사에 가깝다. 완전 파블로프의 개 수준이었다.)
어쨌 든 그 부작용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된 지금엔 최고조에 이르러, 이젠 집에 있으면 책을 아예 못 본다. 고등학교 때까지 못 봤던 한을 푸느라 일단 티비를 틀어놓는다. (핑계 좋다.) 어쨌든 그리하여 내가 보는 티비 프로란 당연히(?) 시사교양 따위가 아니다. 통속의 최절정!!! 드라마가 제일 좋다. ㅠ.ㅠ 욕하면서도 계속 본다. (심한 경우가 "봄의 왈츠" 같은 윤석호 계절 시리즈나 저런 로보트들이 세상에 어딨어? 하면서도 보는 김수현 드라마들 같은 경우다.) 어떤 때는 욕하기 위해서 보는 거 같기도 하다. -_-;
2. 이런 "드라마"에게는 감동
삶이나 사랑에 대해 남다른 시선, 통념을 벗어난 생각을 제시해 주는 드라마들을 보면
세상에는 역시 *똑같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하면서 감동 받는다.
3. 직감적 "드라마"
남들의 연애사.
4. 좋아하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연애시대".
(직접적인 사례들이 있다보니...)
내가 생각하는 이들 드라마는,
때로는 *흔하디 흔하게* 느껴지는 사랑에 대해서조차 남다른 시선을 제시하되
그렇다고 교조적이지 않으면서 대사가 담박하면서도 서정적이고,
서사가 탄탄하면서도 약간은 비현실적이고 신비적인 요소들이 있는 것 같다.
5. 이런 "드라마"는 싫다
요즘 어지간한 드라마들이 그렇지만,
사랑이나 인생에 대해 허황한 환상을 *강요*하는 드라마들이다.
(물론 그것조차 편견이겠지만, 연예계라는 곳은 언뜻 생각하기에
"사랑"에 대한 환상이 가장 희박한 곳 같은데,
그 환상을 가장 집요하게 강요하는 게 또한
영화나 드라마라는 걸 보면 묘한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암튼 "두 번씩 사랑하는 사람은 헤퍼보이게 하는" 첫사랑 지상주의라든가,
다른 사람들을 가볍게 뛰어넘는 뛰어난 재능이 있다지만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연애질*에만 전생애를 투신하는 그런 인물들이 넘쳐나는 드라마들은 정말 싫다.
사랑이 그저 지나가는 거라 삶에서 궁극적인 의미 같은 건 없다고 다그치는 인생도 싫지만
인생에 사랑 말고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듯 구는 그런 말들도 싫다.
6. 세상에 "드라마"가 없었다면
난 세상을 바꾼 훌륭한 연구자가 되지 않았을까?
(물론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0-;; )
7. 바톤을 받을 5명 (지정과 함께)
이미 다들 시들해질대로 시들해진 문답,
저에게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