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오늘 볼일이 있어 (춘천) 시내에 나갔다.
예전의 거리가 특별히 더 좋았던 것도 아니지만
이제 온갖 '브랜드" 상점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선
중심가의 거리는 참으로 생경했다.
전에 없던 대형 문구점 하나가 있길래
거 되게 크네, 라고 잠시 생각하면서 그곳을 보니
뭔가 이상했다.

청구서적이 없어졌던 거다.
물론 서울로 올라간 후엔 그곳에서 책을 산 게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어졌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 좋았던 곳인데.
하긴 대학가 앞에서 서점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야
"오늘의 책"이 사라지는 걸 고스란히 지켜보며 이미 익숙해진 일이건만,
이제 서점들이란 시험 대비 교재 판매하는 창고형 매장이나 다름 없건만,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라는 기분이 들었던 건
또 하나의 추억이 헐리고 팔렸기 때문인 거지.

공책이나 펜 같은 것보다 갖가지 "팬시" 용품들이라고 하는
화려하고 화사한 소품들을 팔고 있는 그 거대하고 휘황찬란한 대형 문구점의 그늘 아래
뽀얀 먼지 냄새가 풍겨오던 어둑한 서점 풍경이 아련히 보인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