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친구 대하기

grey room 2004. 5. 10. 17:53


가끔 보면 너무 "쿨하고" 멋져 보여서
꼭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는 대부분
자연스러운 친구관계가 되지 못한 채 끝나 버린다.
왠지 그는 내게는 과분하게 멋진 사람으로 느껴져서
그 사람은 이런 행동을 하면 마음에 들어 할까,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생각을 할까,
하며 심하게 나 자신의 말과 행동을 재고 제약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은
어째 그 사람의 "쿨함"에 미치지 못해서
눈 밖에 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결국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 채
전전긍긍하다가 스스로 어색해져선
내가 제풀에 나가 떨어져 버리곤 한다.

물론 우정을 통해 사람이 변할 수 있고,
우정을 유지하고 지속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친구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혹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
그 친구의 진심에 감화되어 나도 모르게 서서히 변해가면서
그와 닮아가기도, 달라지기도 하는 것일 터이다.
또 친구의 진짜 속내를 알기에
그를 배려하거나 근심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어떤 일들을 위해 아낌없이 노력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사람의 기호는 이러저러할 것이다,
라고 추측해가며 내가 억지로 나를 맞춤으로써는
결코 지속되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변화와 노력이다.
그래서 자신이 변하든 변하지 않든
때로는 무심코 내뱉는 말, 무의식중에 하는 실수들이라도
우선적으로 서로 이해하고 덮어줄 수도 있고,
이른 바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때
우정이 성립될 수 있는 거란 생각이 든다.

요즘 때때로 어떤 사람의 눈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나를 끼어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제 그런 피곤한 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억지 노력의 방식으로는
결코 그 우정을 지속할 수가 없을 거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그 친구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될 때까지
시간을 조금 더 들이자.
욕심에서 조금 더 놓여나자.
그리고 조금 더 자유로워지자,
모든 것으로부터.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