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늘 제멋대로다.
초등학교 5학년 문집 속에 쓴 나의 꿈은
타인의 꿈처럼 생소하다.
그 글을 쓴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같을까.
기억이란 늘 제멋대로다.
지난 날에 보잘 것 없는 일상까지도
기억이란 필터를 거치고 나면 흐뭇해진다.
기억이란 늘 제멋대로여서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내가 제대로 알 리 없다.
먼 훗날 나는 이 때의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연애시대" 中 은호 (손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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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 대로 주워섬겨서
그대로 적었는지는 모르겠네.
사랑할 땐 전부 너였는데,
헤어지면 전부 나인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사랑을 할 때 세상을 보는 필터는 너여서
너를 거치면 모든 게 장미빛이었는데,
끝나고 나서 세상을 보는 필터는 나라서
모든 희뿌연 것들 다 내 얘기만 같다.
세상 무엇을 봐도
너만 생각나고,
너에게 말해주고 싶고
너를 웃게 해줄 것 같고
그러던 게,
세상 무엇을 봐도
내가 하던 짓 같고
내가 뱉던 말 같고
나를 울게 했던
그런 것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