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Marionette

보호글 2007. 1. 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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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review/music 2006. 12. 30. 04:54


어제는 친구 C양과 루시드폴 공연에 다녀왔다.
극장이 작아서 생각보다 자리가 멀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옆모습과 뒷통수가 주로 보이는 자리였다.

C양도 그렇게 말했지만 CD로 듣다 보면
그가 과연 노래를 잘 하는 건지 긴가민가 할 때도 있다.
워낙 나직나직 말하듯 노래를 하는 것 같아서
과연 노래를 하긴 하는 건가 싶기조차 하다.
그런데 그런 노래의 리듬감과 멜로디가
극적인 노래보다도 더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노래가 더욱 좋기도 하고.

공연은 인터미션 없이 2시간 정도 지속됐다.
자신은 평생 앵콜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며
"그대 손으로"를 마지막 곡으로 부르고 나갔는데
당연히 앵콜을 받았고, 그는
"생애 최초로 앵콜을 불러본다"는
"해마다 하는 거짓말"로 답하며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네"와
"사람들은 즐겁다"를 불렀다.
(한 곡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네,는 이아립의 여성 보컬로만 들어봤었는데
그가 부르는 버전도 역시 좋다는.
하지만 역시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와 "그건 사랑이었지"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던 점과
아직 제목도 정하지 않은 그의 신곡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역시 라이브의 묘미가 아니었을지. :)

4년 전 봄에는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
조금은 더 짧은 듯했던 머리칼에서
풋풋함을 더 많이 느꼈다면
(두 번 감아 차는 시계를 차고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조명 탓인지 몰라도 옅은 분홍빛이 감도는 남방에
(추정컨대) 청바지 차림, 그리고 퍼머 기가 느껴지는
조금은 긴 머리 스타일의 그의 지난 밤 모습은
이제 그리움과 아쉬움, 거기에 어떤 초연함 같은,
조금은 세상을 더 살아낸 사람의 느낌이 묻어났다.

삶과 함께 세상을 더 살아낼
그 사람의 미래가,
그의 미래의 음성이
자못 더 궁금해진
그런 콘서트였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