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면서 망설여질 때가 있다.
내가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잘 하지도 못하는데 괜히 덤벼드는 건 아닐까.
우스운 생각이라는 거 안다.
그런데도 그 자괴감이랄까,
하는 그 감정에서 쉽사리 벗어나지지 않는다.
빌리 엘리엇을 보면서
물론 면접장에서의 그의 대사가
무척 감동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때 모두의 표정에 어린 경이감이나
그 압도적인 배경음악이 어째 작위적이랄까,
상투적이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긴 바로 그 감동의 효과를 위해 만들어낸 장면인데
그럴 법도 한 것이겠지만.
상당히 흡사한 의미를 전달하면서도
조금 스쳐가듯 가볍게 그 이야기를 언급한 부분은
도리어 발레 선생님과 빌리의 대화 장면이지 않았나 싶다.
오디션을 받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춤을 추어 본 적도 없는 자신이
불과 몇 달 남지도 않은 그 기간동안
어떻게 잘 할 수 있겠냐고 자신없게 말하는 그의 모습.
그리고 그에게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 사람들이 보는 건 바로
그의 몸짓, 손놀림, 몸의 유연한 곡선 같은 것이고
바로 그 춤추는 법이
그곳에서 그 사람들이 가르쳐 주려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장면.
뭐랄까, 억눌리지 않는 무한한 가능성의 조각들이
온몸을 통해 분출하는 것을 가지고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는 그 말이 주는 느낌.
늘 생각은 한다,
모든 것을 지금 다 알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그냥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배움의 더딘 걸음들을 총총히 걸어갈 수만 있으면 된다고.
그런데도 또 자주 망각하기도 한다.
빌리 엘리엇이 새삼 나에게 그걸 다시 말해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