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X2

review/movie 2003. 5. 5. 21:37
엑스맨2 포스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한없이 설레서 기다려온 영화였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저 만화의 캐릭터들을 잘 빼다가 배치한
화려한 SF 가운데 하나라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중심의 사유를 깨는
환상적이며 매력적이고 강렬한 돌연변이의 존재감이
너무나 매혹적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한 이래로
공존이라는 것은 없었다는,
인간은 공존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종이라는
도입부의 나레이션부터 강렬하고 도전적이다.
그래서 이른 바 악역들조차
악역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만하는 이기적 인간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지 않는 그들의 의지에는
틀림없이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난 안나 파킨을 좋아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여전히 어린 탓인지
그다지 그녀의 활약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골고루 분배되고 할당된 각 캐릭터의
능력과 특이성, 차이들이 영화를 충분히 흥미롭게 한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현실 속에서 누구나 꿈꾸고 쉽게 말하지만,
아마도 낯선 존재들을 통해 이 말을 할 때는
이것이 그저 공상과학이라고 치부할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환상적인 영상과 캐릭터 만큼이나
사실상,
지극히 강렬하고 집요하게 현실을 파고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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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기없는 표정의 그는 제법 꼿꼿하게 서서들어왔지만
살금거리는 듯한 느낌으로 걸어들어와 앉는다.
무대에 불이 들어오고 그의 얼굴엔 수줍은 미소가 번진다.
"이제부터는 멘트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분위기를 죽이지 않을 정도만 해야겠다는 걸로
생각의 전환을 했습니다."

노래하는 사람들에게서 노래 이외의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해명하고 노래에 대해 설명하라는 것은
마치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들이
인간과 같은 언어를 구사하지 못함을 비하하고
아마 조금 더 나아간다면
인간만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다고 강요하는 것과
비슷한 폭력이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공연을 "위해" 관객에 "맞춰" 준비된 멘트라느니, 말이라느니 하는 것보다
입가로 번지는 웃음을 참지못해 터지는 스스로의 즐거운 노래,
기타를 보듬어 안은 경쾌한 손놀림,
감은 눈(그는 다만 눈이 작을 뿐 분명히 뜨고 있는 것이라 항변했지만^^)
앞으로 스쳐갈 다양한 감정의 선들과 풍경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바라보는 이의 자리에 앉은 나를 행복하고 즐겁게 한다.

기타를 보듬어 안고서 앉은 그가
종종 흔들리는 감정에 온통 자신을 내맡겨
어느 샌가 스스로도 앞에 놓은 마이크에 폭 안기듯 몸을 수그리고,
나지막한 음성으로 조근조근 귓속말 하는 듯하다가도
어쩌다 터지는 커다랗고 시원스런 웃음소리 같은 음악으로 노래하는 모습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자신을 맞추어가는 것으로
상대가 행복해지진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도리어 행복은 의도적 채색이라기보다 우연한 번짐같은 것.
자기 안에 가득 찬 행복이 새어나와 넘쳐흐를 때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까지 번져갈 수 는 것.

그래서인지 무대 뒤에 걸린 스크린에 비친 사진 속의 그,
한 순간에 고정된 덥수룩한 머리,
움직임없는 눈과 입,
다만 조용하기만 할 따름인 멈추어 선 손길은
별 매력이 없다 느껴졌다.

그다지 격렬한 순간은 없었지만
미세한 떨림이나마,
잠시도 움직이거나 변하지 않는 순간이 없는
살아움직이는 그의 앞에선.
맑고 투명하게,
그리고 경쾌하게 떨어져 내리는 그의 음악을 타고 흐르는 그의 행복이
나의 행복으로 전이되는 바로 그 순간 앞에선.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