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현상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의 띄어쓰기를 혼동하는 경우를 간혹 본다.
이런 오류는 "기간"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의존명사로서의 "지"와
해체의 종결어미 가운데 한 형태로서의 "-지"나
문장 속 연결어미로서의 "-지"
혹은 연결어미 "-ㄴ지"나 "-ㄹ지"와 혼동하는 데서 온다.
1.
우선, 의존명사
"지"는
"~ 때로부터" 혹은 "~ 때로부터 지금까지"라는 사전적 정의처럼
특정 시점부터, 혹은 그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을 뜻하며
동사의 관형격 어미인 "-ㄴ"의 뒤에 온다.
이를 테면,
-내 동생이 유학 간 지 벌써 오 년이 넘었어.-걔가 고시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니?
그리고 의존명사 "지"를 쓸 경우엔
"오 년"이나 "얼마나"와 같이
시간을 나타내는 말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 애가 결혼한 지 꽤 됐지?
같은 경우는 그런 언어습관이 좀 덜 명백하게 드러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럴 때 "꽤 되다"라는 건 "꽤 오래 되다"에서
"오래"라고 하는 시간의 부사가 생략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간단히 설명하자면, 위에서 설명한 경우가 아닌 "지"는 모두
어떤 형태로든 -종결어미든 연결어미든- 어미라고 보면 되고
그러니 선행한 형태가 무엇이든 그에 붙여 쓰면 된다.
하지만 헷갈릴 수 있는 경우를 추가해서 설명해 볼까나.
2.
동사어미나 연결어미의 쓰임은 다양하지만
사실 원형의 어간이나, 과거시제를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 "-았/었-"
다음에 붙는 연결어미 "-지"를
앞서 설명한 예와 혼동할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너, 오빠 믿지? (믿기는 쥐뿔. -_- (본인이 예문으로 써놓고는 괜히 발끈.))
-뚝! 울지 마.
-요리는 우리 언니가 더 잘 하지, 나는 영 젬병이야.
*젬병은 "전병(煎餠)"의 잘못된 표기. 그러나 왠지 이렇게 써야 느낌이 더 살아서... ;)
(올바른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정리하겠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자기본위대로 마구잡이식 표기를 하다니. -_-; )
-
오빠 학원 끝나고 집에 왔지?-너만 다 끝냈지, 난 아직 손도 못 댔어.
3.
그러나 정작 헷갈리는 경우는 추측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ㄹ지"나 "-ㄴ지" 같은 연결어미의 쓰임이다.
-공연이 몇 시에 시작될지 알고 계시나요?
-그렇게 떠난 그녀가 과연 언제 돌아올지 알 수조차 없었다.
우선 "-ㄹ지"의 경우는 "지"의 의미를 "때"와 관련된 것이라고만 막연하게 알아서
"언제"나 "몇 시", "몇 일"과 같은 기간이나 때의 부사어만 들어가 있으면
"지"를 무조건 띄어 쓴다고 생각해서 빚어지는 오해인 것 같다.
그러나 "지"는 과거의 어느 시점부터 현재까지를 지칭해서
관형격 "-ㄴ" 뒤에 올 때만 띄어 쓴다.
이렇게 정리를 해봐도 여전히 혼동되는 것은 아래와 같은 "-ㄴ지"의 형태들.
-여행이 꽤나 고됐던지 동생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어.
-학교 언제 개강했는지 알고 있니?
그러나 "때로부터"의 의미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첫번째 예는 자연히 탈락.
두번째 예는 그래도 약간 헷갈릴 수 있는데,
이미 언급했다시피 의존명사의 형태로 "지"를 쓸 경우엔
시간을 나타내는 말이 뒤따르는 것이 원칙인데
그렇게 해봐서 부자연스러운 경우는
의존명사 "지"의 쓰임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