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만큼

to a t 2006. 8. 28. 02:03

혼동되는 띄어쓰기 시리즈의 일환으로
이번에 선택된 것은 "만큼".

-사람 좀 그만 다그쳐. 너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도 할 만큼 했다고!

이 예문에서 앞의 "만큼"과 뒤의 "만큼"은
선행하는 체언이나 용언, 관형사가 가리키거나 설명한
"~에 못지 않게,~정도까지"를 나타낸다는 데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 경우 전자는 대명사에 붙은 조사고,
후자는 동사의 관형격이 수식하는 의존명사다.
그처럼 품사가 다르기 때문에 띄어쓰기도 자연히 달라진다.


일단, "-만큼"이 조사일 때는 체언에 붙여 쓴다.

-사과나무가 어느 새 내 키만큼 자랐다.
-그 애도 나만큼 손이 커서 우리는 요리만 했다 하면 음식이 남는다.


반면, "만큼"이 의존명사일 때는 용언의 관형격이나 관형사가 선행하고
이 경우엔 그 앞의 단어와 "만큼"은 띄어 쓴다.

-네가 음악에 시간을 쏟는 만큼 공부를 했으면 전교 1등을 하고도 남았겠다.
-올겨울은 강물이 얼어붙을 만큼 추웠다.



이런 경우들과 비교해서 살펴볼 만한 다른 경우로는,
"-만큼은"이나 "-만큼도"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만큼"에 "은"과 "도"가 각각 결합한 것이지만
이 둘은 원래의 "만큼"에서 변형된 의미를 가진 별도의 조사가 되었다.

"만큼은"은 한정하여 강조하는 말에 붙어, "~만은 꼭/반드시"란 뜻을 나타낸다.

-중국요리만큼은 나도 자신 있었는데.
-담배를 피시더라도 실내에서의 흡연만큼은 삼가 주세요.

"만큼도"는 아주 작거나 사소한 것을 의미하는 대상에 붙어서
이 조사가 결합한 대상"처럼 아주 적게도"의 의미를 뜻한다.

-제 말에는 털끝만큼도 거짓이 없습니다.
-그는 자비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인간이다.


Posted by papyrus

보다

to a t 2006. 8. 28. 01:05

사람들이 많이 쓰면서도 그만큼 많이 혼동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조사 "-보다"의 쓰임.
사실 "보다"가 조사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헷갈릴 이유가 없는 셈인데
세상 일이 어디 그리 간단한가.
두 가지의 단순한 대상을 비교할 때 "보다"를 쓰는 것은 별로들 헷갈리지 않는다.
이를 테면,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꿈보다 해몽이 낫다.
-공부에는 무엇보다 집중력이 중요하다.

같은 경우.


그러나 비교 대상이 체언이 아닌 동사의 활용형거나
그것도 또 간단하지 않고 길어지기까지 하면
이렇게 계속 붙여 써도 되는가 싶어서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 사람한테 굽히기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예쁘다기보다(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술자리를 좋아하는 것은 술을 좋아해서라기보다(도) 분위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아무리 길게 늘어지는 것 같아도 조사 "보다"는 선행하는 체언이나 명사격 활용형에 붙여 써준다.


이렇게 분명한 원칙에 혼동을 일으키는 것은, 아마도
"한층 더, 좀 더"의 의미를 띠는 부사 "보다"의 쓰임 때문이라고 본다.
즉,

-도대체 네가 말하는 보다 나은 미래란 게 뭔데?

"보다"는 일반적으로 "더"와 대체할 수 있는 부사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사실 나는 "보다"의 이와 같은 부사적 쓰임이 헷갈리는데,
언제였는지 분명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때 어느 국어 선생님이
"보다"는 조사이기 때문에 이렇게 부사적인 "보다"의 쓰임은 잘못된 것이라고,
이런 경우 반드시 "그보다"나 "이보다"처럼 대명사를 붙여 쓴 형태로 바꿔 써야 한다고
가르쳐 준 적이 있는 것을 기억한다.

워낙 빈번하게 부사적으로 쓰는 사람들의 언어 습관 때문에
부사적 쓰임까지 추가되며 맞춤법이 개정된 것인지,
그 선생님의 언어 지식이 "보다"를 조사로만 아는 데 한정되어 있었던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사전에는 "보다"를 부사로서도 기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우 "보다"는 당연히 그 앞, 뒤의 다른 단어들과 띄어 쓴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