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씨네코아가 폐관을 했다.
처음에 기획전 홍보 이메일이 왔을 때는
눈치도 없이 몰랐다.
그것이 폐관 전 마지막 이벤트였다는 걸.

온갖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날 때도
전화 한 통으로 손쉽게 미리 예약을 할 수 있고,
예쁜 아멜리 사진 회원카드를 발부해준 씨네코아가
내가 찾는 극장 일순위였다.

CGV나 메가박스와는 달리 굳이 예매를 하지 않았을 때도
비교적 편하게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은 영화관이었다.
특히나 눈에 띄게 온갖 연인들이 흘러넘치는 그런 극장들보다는
혼자 호젓하게 가서 영화를 보기에도 "상대적으로" 편한 공간이었고,
(사실 극장은 거의 절대적으로 연인들을 위한 공간이란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제일 처음으로 함께 갔던 극장도,
가장 자주 찾았던 극장도 이 곳이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6월 내내
시간이 너무나 나지 않았던 이유로
기획전 영화를 한 편도 보지 못했다.
"아무도 모른다"와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특히 보고 싶었는데.


이제 이렇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 한 번 하지 못한 채
또 다른 나의 추억 하나가 문을 닫는다.

Posted by papyrus


오늘 볼일이 있어 (춘천) 시내에 나갔다.
예전의 거리가 특별히 더 좋았던 것도 아니지만
이제 온갖 '브랜드" 상점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선
중심가의 거리는 참으로 생경했다.
전에 없던 대형 문구점 하나가 있길래
거 되게 크네, 라고 잠시 생각하면서 그곳을 보니
뭔가 이상했다.

청구서적이 없어졌던 거다.
물론 서울로 올라간 후엔 그곳에서 책을 산 게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어졌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 좋았던 곳인데.
하긴 대학가 앞에서 서점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야
"오늘의 책"이 사라지는 걸 고스란히 지켜보며 이미 익숙해진 일이건만,
이제 서점들이란 시험 대비 교재 판매하는 창고형 매장이나 다름 없건만,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라는 기분이 들었던 건
또 하나의 추억이 헐리고 팔렸기 때문인 거지.

공책이나 펜 같은 것보다 갖가지 "팬시" 용품들이라고 하는
화려하고 화사한 소품들을 팔고 있는 그 거대하고 휘황찬란한 대형 문구점의 그늘 아래
뽀얀 먼지 냄새가 풍겨오던 어둑한 서점 풍경이 아련히 보인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