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이야기를 적어놓은 일부 지인들 글을 읽다가,
나도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꼬마 △○을 생각하니
꽤나 재밌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살던 시절엔
그들이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나는 그들에게 슌짱으로 통했다.)
이상하게 꼬맹이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내"가 아니고
유체이탈을 해서 바라보는 딴 사람처럼 느껴진다.
암튼 그 시절 나에 대한 단상들 몇 가지를 떠올려 보니.
맨처음 떠오르는 건, 지금도 꽤나 생생한,
종이가 수북히 들어차 있던 쓰레기통에
"천진난폭하게" 성냥불 그어 던져 넣어
(그것도 하나로 그치지 않았다.)
집안 홀라당 다 태워먹을 뻔 했던 것.
다행히 엄마께서 집에 계셨던 터라
금세 상황을 제압하셨지만,
흠. 지금은 생각만 해도 무섭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이제 성냥이나 라이터나 다 잘 못 쓴다.
케익에 촛불 붙일 때 가끔 성냥불을 켜야 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뭐 혼자 앉아서 촛불 꽂은 케익을 먹어야 할 일은 없으므로
어지간해서는 내 손으로 성냥을 긋는 일이 없다.
두번째는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엄마에게 혼나고 동생이랑 같이 집에서 쫓겨나
아파트 문턱에서 기다리고 앉아 있다가
아빠 들어오셔서 줄레줄레 따라들어갔던 기억.
엄마는 짓궂게도, 너희들은 왜 따라 들어오니,
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
아빠의 바지가랑이를 붙잡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이 가끔은 그립다.
내 기억 속에선 그다지 살갑고 다정한 아버지는 아니셨지만
아마도 내가 망각한 무수한 순간들 속에
나를 무릎에 앉혀놓기도 하고 안아주시기도 하고
내가 바지가랑이를 붙들고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 사진이 가끔 있긴 하더라.
물론 그런 거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ㅍㅎㅎ)
그리고는 다히 홈피에서도 쓴 적 있었던,
구름 다리 위로 올라가 봉 잡고 죽 미끄러져 내려오던
"선정적 놀이기구"를 끝내 타지 못했던
소심하고 겁많은 어린 아이였던 나에 대한 기억.
구름 다리 위로는 그나마 용기를 내서 올라가서도
다리 한쪽을 봉에 간신히 걸어놓고 다른 다리를 차마
떼서 그 봉에 마저 걸지 못해 그 위에 어정쩡한 자세로 선 채
벌벌 떨다가 그냥 내려왔던 기억이 무수하다.
(한 번도 못할 거면서 뭘 그리 번번이 올라갔던 건지.)
그리고 또 하나는 뜀틀.
물론 이것도 못 했기 때문에 기억한다.
근데 그게, 일본에 살던 시절 탁아소에서
뜀틀을 했었는데 그 때도 못했었다.
그 기억에 너무 사로잡혀서인지
초등학교 들어가서 뜀틀 앞에 세워놨을 때도 늘
기껏 달려가서는 손으로 뜀틀을 짚고 나선
그 위에 그냥 퉁- 하고 눌러 앉곤 했다.
체육시간은 참 싫었었다.
@ 여기에 댓글이 꽤 여럿 달렸었지만, 벨로의 것만 퍼오자면,
"난 선정적인 놀이기구도 잘타고 뜀틀도 잘했지만..
방화시도는 한 적 없으니 네가 진정 짱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