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replacement

grey room 2004. 4. 21. 01:44

그 어떤 관계 안에 놓였던 사람이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그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 사람의 연인이 남긴 빈 자리는
다른 새로운 연인이 채워줄 수도 있을 거라는
막연한 착각이나 편견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친구일 경우엔,
왠지 그럴 것 같지 않다.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그것이 어떤 관계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그 사람의 개성에 의해 관계의 양상이 달라지지만
특히 우정에 있어서 그 친구의 개성이란
결코 다른 친구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성질의 것 같다.
그래서 친구를 잃는다는 것,
그 사람이 영영 세상을 떠나든
서로의 이상이 맞지 않아 절교를 하든
인연이 어긋나 멀어지든
그 사람의 빈 자리, 그 사람이 베풀어준 우정은
아무리 새로운 친구가 많이 생기더라도
다른 우정으로 대신하여지지 않을 것 같다.

삶에서 한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물론 언제나 슬프지만
삶에서 한 친구가 떠나간다는 것은
그래서 더 슬프고 아프고 감당키 어려운 것 같다.

Posted by papyrus

주파수

grey room 2004. 4. 9. 02:03

그저 쓸데없는 관심과 걱정으로
성가시게 할 뿐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실은 자신을 한 번만 돌아봐 달라고
어렵사리 내민 어떤 이의 절박한 손길이었다면,
뒤늦게서야 그것을 알아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그냥 잘못된 언어와 손짓을 택한
당신의 잘못일 뿐,이라며
짐짓 외면해 버려도 괜찮은 걸까.
같은 언어를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자신의 소통체계의 문제였던 것은 아닐까.

대체
어떤 언어를 말할 줄 알아야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걸까.
대체
어떤 언어를 들을 줄 알아야
냉소와 무관심으로 심장이 굳어진 자신을
뒤늦게 발견하는 오류 따위는
더 이상 저지르지 않게 되는 것일까.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