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꺾다

to a t 2004. 9. 27. 11:57


우리 말은 기본적으로 7종성법을 따르는 끝소리 발음체계와
예외들이 종종 끼어드는 겹받침 같은 것들 때문에
받침을 표기할 때 헷갈리는 경우가 적이 많은 것 같다.
내가 그 가운데 많이 발견하는 예는 "꺾다".
받침도 첫소리와 마찬가지로 쌍기역을 써야한다는 걸
의식하지 않고 그냥 'ㄱ'만 적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우리 말의 끝소리에 예외들이 많아 헷갈린다고는 해도
예외가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거기에 상응하는
법칙이라는 게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건 일상적인 발음에 조금만 귀를 기울인다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고칠 수 있는 오류이긴 하다.
즉, "꺾-"자가 원형에서처럼 "꺾다"라고 적혀 있으면
잘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르겠으나
"오늘 한 잔 꺾어."라는 말처럼 모음 앞에서 받침이 발음될 경우엔
[꺼꺼]라는 식으로 그 글자의 원래 형태가 살아서 발음이 된다.

이건 "오늘은 밥 좀 많이 먹어."라는 말과 비교해 보면
금방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먹어"의 경우는 분명히 [머거]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그럼 "꺾어"를 잘못 표기해서 "꺽어"라고 쓸 경우엔
"먹어"의 경우처럼 [꺼거]라고 발음을 해야 사실상 옳은 것인데
우리의 언어 습관에 비춰 보면 그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꺾다"와 마찬가지의 예로 들 수 있는 건
"낚다" "닦다" "섞다" "엮다" 등이 있겠다.

"그래, 어제는 뭘 좀 낚았어?" [나까써]
"차를 좀 닦아 주지?" [다까]
"재료를 잘 섞어 주세요." [서꺼]
"야, 걔랑 나랑 엮으려 들지 좀 마라." [여끄려]

우리의 언어가 때로는 어려워 보이기도 하고,
우선하는 법칙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표기가 따라가야할 것 같지만
사실은 법칙들이란 일상의 언어 습관에서 도출된 것인 경우가 많다.
잘못된 언어습관이 언어의 관습을 바꾸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일상적인 언어습관에 비추어서
표기법의 옳고 그름을 비춰 볼 수도 있는 경우가 생각 외로 많다.
어떻게 써야하는지 헷갈린다 싶을 땐
자신의 말들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듯.



Posted by papyrus

새치? 세치?

to a t 2004. 9. 6. 23:49
2004.09.06 23:42
<후배의 질문>


밤은 새는 거고,
머리는 하얗게 세는 게 맞죠?

그런데...
새치인가, 세치인가? -.-;;;

세치는 세치 혀... 어쩌구 해야될 거 같고 ^^
새치는 뭔가 작은 새 이름같지 않나요 @.@

가르쳐주세요 ^^



*****
2004.09.06 23:49
<나의 답변>


머리가 "희어지다"라는 의미의 동사 표현은 머리가 "세다"가 맞는데,
"사람의 머리에 검은 색 머리카락과 섞여서 난 흰 머리카락"은 "새치"가 맞다.

그러고 보니 "새치"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이름이 붙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우리 나라도 이제 어원 사전 같은 게 좀 생기면 더 좋겠다는 바람.)


암튼, 결론적으로 정리해서,

-어머, 너도 머리가 많이 셌구나. 새치가 제법 눈에 띄는 걸.

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 아, 그리고 참고로 "임연수"라고 하는 생선을
강원도 쪽에서는 "새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 새 이름은 아니고 생선 이름이긴 하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