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모퉁이

grey room 2005. 12. 17. 15:03
저 모퉁이만 돌면,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걷던 이 고단한 걸음을
더이상 걷지 않아도 될 별천지라도 펼쳐질 것 마냥
마음이 조급해져 걸음을 재촉하던 때가 있었다.
막상 모퉁이를 돌고 보면, 걸음을 멈추긴 커녕
그저 더 가야만 할 새로운 길이 눈앞에 있을 뿐인데.

새로운 일을 꿈꾸고 시작하는 건
언제라도 늦지 않았다며 짐짓 태연한 척 되뇌어 봐도,
이른 바  이런저런 일의 "적령기"라는 것을 들이대며,
넌 뒤처졌어,라고 내뱉는 사람들 앞에선
왠지 초조해지기도 하고, 주눅들 때도 있다.

"이 시험만 붙으면...", "이 일만 이루면..."
하는 끝없는 가정들에 시달려
그저 모퉁이를 도는 데만 마음이 급급했던 시절을 지나
낯선 길 위에 선 짜릿함과 설렘으로, 걸어가는 일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나름의 "지혜"같은 것이 언젠가는 생기려나.
Posted by papyrus


영화나 드라마 속 사랑을 보노라면 가끔 화가 치밀 때가 있다.
3초쯤의 검은 화면을 띄우고, 잠시 뒤 이어지는 "3년 후" "5년 후"라는 자막으로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이별의 아픔을 너무도 무성의하게 "처리"해 버리고는
달라진 헤어 스타일 하나로,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 가로놓였던 시간의 벽을
손쉽게 훌쩍 건너 뛰어 버릴 때 그렇다.







Posted by papyrus